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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한예종 영화과 입시는 서사전개와 직조의 싸움이다.
많고 많은 요소들을 딱 두 단어로 압축하면 결국
서사와 그 직조이다.
문제를 어떻게 이해하고
적용하고, 상투성을 극복하고
제한된 조건들을 극적으로 활용해서 이야기를 만드느냐...
여기서 학생들이 가장 실수하는게
이야기를 만들지 않는다는 거다.
올해 특전 입시가 끝나고
자세하게 특전 문제에 대한 분석을 올릴텐데
올해도 마찬가지였다.
자꾸만 일기를 쓴다.
수많은 표현범벅이고 정서범벅이고 문장범벅인데
정작
스토리는 없다.
스토리텔링인데...
하다못해 영화 타짜라도 분석해보라.
영화 타짜의 시놉시스 정도는 되는
영화 줄거리를 만들어내야 한다.
스토리의 전개가
매우 중요하다.
내 생각엔
스토리를 그저 전개 시키기만해도 합격권에 들어갈 수 있을 정도이다.
네가 쓴 글의 모든 겉치레와 표현과 감정과 상징들을 벗겨내고
알맹이인 스토리가
어떤 서사적 구조를 갖추고 있는지를 점검해봐라.
아마 작은 공간 자체를 전혀 벗어나지 못하는 글을 쓸 것이다.
완전 히끼꼬모리인 거다.
24시간이란 안에 벌어진 이야기를 쓰라는 조건
하에 글을 쓰더라도 마찬가지다.
아리스토텔레스는 그 위대한 시학에서
3일치의 법칙을 말하며
24시간에 벌어진 이야기
한공간에서 벌어진 이야기
하나의 플롯을 가진 이야기
를 말했다.
그리고 똑같은 책에서
아리스토텔레스가 꼽은 비극중의 비극은
소포클레스의 오이디푸스왕이었다.
오이디푸스의 이야기가 바로 서사이다.
여러분은 스토리를 공부하고자 할때
오이디푸스 한 작품만 열심히 파도된다.
그 작품 하나만 연구하고
적용하고 응용해도
스토리전개가 부족해서 떨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24시간에 벌어진 이야기라고 해서
방안에 갖힌 이야기를 쓰라는게 아니다.
오히려 24시간에 벌어진 이야기 이기에
서사는
전사와 현재와의 연계를 통해 입체적으로 전개될 수 있다.
교수는 그 능력을 평가하고자 하는 거다.
다만 짜임새있게 전개되어야 하겠지.
결국
클래식으로 돌아간다.
이번 영화과 특전도 마찬가지다.
곧 상세한 리뷰가 들어가겠지만
결국 기본플롯에 대한 이해를 평가하는 것이다.
발단-위기-전개-절정-결말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서사전개가 어느정도 되었다면
이제 한 40% 정도를 작업한 것이다.
그 다음에 더욱 중요한 요소가 있는데
바로 그 서사를 치밀하게 직조하는 일이다.
직조
혹은 건축하는 일이다.
스토리를 쓸때
특히 입시 스토리구성에서
절대로 피해야할 것은
비약이다.
갑자기 죽이고
우연히 나타나고
우연히 발견되고
갑자기 돌변하고
.....
개연성이 가장 중요한 것이다.
그런데 학생들이 가장 취약한 분야가
또 이 스토리의 짜임새부분이다.
의외로 시험때 보면
학생들은
창의적으로 글을 쓰기는 한다.
뭔가 독창적인 이야기를 꾸미려고 애는 쓴다.
당연하다.
시험장에 가서 50명이 함께 시험을 보면
본능적으로
남과 같아서는
절대 붙을 수 없겠다는
생각 정도는 하는 것 같다.
그러나
그렇게 독창적이고
창의력 넘치는 이야기를 생각하는 것은 좋으나
교수들이 그런 창의적인 이야기를 절대로 싫어하는 것은 아니지만
독창적이고 창의적인 이야기를 쓰는 학생치고
비약하지 않는 학생이 없다는게 문제다.
비약할꺼면
차라리 개성을 포기해라.
스토리 구성능력을 시험보는데
스토리 구성이 안되면
도대체 그 학생의 무엇을 평가해야 하는 걸까?
창의적인 이야기를 구성하는 그 가능성을 봐줘야 할까?
아니.
내가 교수면 창의적인 이야기를 구성하는 것도 좋지만
그 창의적인 이야기를 탄탄한 구성으로 완결지을 수 있는
짜임새와 논리성을 갖춘 학생에게서
영화감독으로서의 가능성과 잠재력을 더욱 더 볼 것 같다.
요즘 인터넷 시대 젊은 예술가들에게서
오히려 아주 독특한 발상 자체는 많이 보이지만
그 발상을 뒷받침할 수 있는
구조적 짜임새나
내용의 완결성
플롯의 완성도는
거의 대부분이 형편없는 수준이 많다.
그런데 영화도
그런 짜임새가 중요해서
그런 치밀한 짜임새 자체가
감독으로서의
역량 그 자체라도 봐도 좋을 것이다.
그렇다면 짜임새는 어떻게 훈련하나?
그야말로 노력밖에 없다.
그런데 무턱대로 노력만 해서는 안된다.
두가지가 병행된 노력이면
한번 쓰는게 틀리고, 두번 쓰는게 틀리고, 세번 쓰는게 틀릴거다.
1) 연구와 필사와 모방과 적극적 표절
먼저 글의 짜임새가 늘려면
많이 써야 하는데
그저 많이 쓰는 것만으론 부족하다.
연구가 필요하다.
김영하의 소설을 보면서 이야기의 전개가 어떻게 흥미롭게 전개되는지를 연구해야하고
영화를 보면서 그 영화의 구조적 짜임새를 연구해야 한다.
그리고
내가 쓰는 스토리에 거의 그대로 이식해서 흉내내고 모방하고 표절해야 한다.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이기 때문이다.
적극적으로 표절하라.
영화과면 기존 영화의 구조와 플롯들을 섭렵하라.
영화를 보고 그 줄거리를 요약하고 내가 쓰는 줄거리에 응용해보라.
2) 퇴고가 진짜 재능이다.
학생들을 가르쳐보면 모두가 공감하겠지만
나는 처음에 써온 글을 보고 그 학생의 재능을 평가하지 않는다.
학생의 진짜 재능은
반드시 퇴고에서 나타난다.
이 부분이 문제고, 저 부분이 문제고...
이런 지적들을 했을때
다음에 고쳐온 글에
그 모든 문제점들을 정확히 파악하고
'알아들어서'
내가 기대한 것 이상으로 발전된 글을 가져오는 학생이 있다.
그러면 나는 정말 행복하다.
퇴고가 재능이다.
그래서
글을 쓸때도 결국 듣는게 더욱 중요하다.
결국 짜임새는
끊임없는 연구와
퇴고의 과정을 통해 키워지는 것이다.
서사와 그 직조.
학생들이 가장 약한 부분이며
한예종을 비롯한 모든 극작 연출 영화과 교수들이 찾는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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