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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종 도전하라 (1) system연극영화과에 대해 말하다 2012. 4. 28. 11:30
한예종.
the korea national university of arts
내겐 애증의 이름이지.
나도 한예종을 무척 가고 싶었어.
아무 생각없이 도전했던 입시에서 1차를 붙고 2차에서 너무 어이없게 떨어진 기억이 있어서
그뒤로 한예종은 내게 꿈의 학교였지.
고향 집에가면 한예종에서 만든 안내브로셔가 있는데
그게 너덜너덜 다 찢어질 정도로 보고 보고 또 보고 또 봤지.
길이 한예종이 아닌
한양대로 풀려서
한양대에서 석사까지 마쳤지만
그뒤로도 한예종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는 못했었어.
그러던중 몇몇 사건을 겪고
결정적으론 현재 한예종교수이시고 그 당시엔 한양대 강사님이셨던 한 선생님의 권유로 한예종에 지원하게되었지.
글을 좀 더 체계적으로 배워보는게 어떻겠냐고? 재능이 뛰어나니 한예종에가면 틀림없이 잘할거라고.
그래서
대학원 석사를 수료했음에도 또 대학원을 간거지. 한예종으로. 비평을 전공하려고.
그런데
생각만큼 잘 정착하질 못했어. 한예종이란 학교에.
나 자신을 책임감있게 잘 통제하질 못했고
성실하지도 못했고
엄청난 공부량을 잘 따라가지도 못했어.
그리고 나는 공부를 내가 하고 싶은 것만 골라서 하는 스타일이라서
내 맘대로 학교생활을 했지.
대학원에서 D, F를 받았으니까.
다만, 내가 진짜 칼날을 갈고 싶었던 비평분야는
정말 독하게 공부했어.
그리고 최고의 성적을 받았지.
어쨋든 나의 한예종 생활은 한마디로 낙제점이야. 나는 적응에 실패했고 성적도 나빴지.
잘하고 싶었는데...
돌아보니
나는 한예종을 다니면서도 한예종 주변을 어슬렁거렸던 것 같아.
도서관에 박혀서 며칠동안 책만보기도 했고
여기저기 기웃거리는게 좋았어.
생각해보니 난 예술을 시작한뒤로 항상 기웃거렸던 것 같아. 어쩌면 그게 내겐 도움이 된거일수도 있겠다. 학생을 가르치는 일에선 기웃거리진 않으니까. 핵심에 속하면 주변을 보기가 힘들거든. 공부할땐 내가 핵심이 아니었기에 정말 많이 기웃거릴수 있었지. 혼자 야외무대 극장에가서 그 뒤편 인조잔디를 밝으면서 책보고 생각하고...여기저기 학교를 기웃거렸던 경험들이 모두 다 내겐 영감을 줬고, 새로운 깨달음을 줬지. 어쩌면 나는 너무 주관이 뚜렷한 학생이었던 것 같아. 그래서 내 마음대로 내가 얻고싶은 것만 얻고 나온거일수도. 한예종에서... 교수님들껜 죄송한 마음뿐.
한명두명 주변에 가르치던 학생들을 가르치다보니
전체수석 등 수석을 지금까지 3명이나 배출했어. 드라마틱한 합격자도 많아지고. 작년엔 15명이나 합격시키고
연기과도 매년 합격하고...
나는 학생들을 가르치는 길을 선택한게 아니라
등 떠밀려 지금까지 온거야.
아주 자연스럽게.
워낙 실적이 좋아서.
가만 있었지. 사업적으로 이 일을 생각해본 적이 한번도 없었다니까.
광고 한번 한적 없으니까. 그냥 자유게시판에 글 올리는 정도? 지식인에 답글달다가 활동정지먹고 그것도 이내 포기했지.
어떤 업체를 통해 알아보니까 지식인 답글을 달아주는 그런 업체도 있더라?
연기를 배우겠다는 아이를 둔 엄마예요. 지금까지 반대만 했어요.. 저 나쁜 엄마죠?
이게 질문이고
답글은
좋은 연기학원을 찾아서 글 올려요. 어쩌고 저쩌고....
이렇게
자작극을 하는 업체가 있더라니까? 그거 한달에 77만원주고 했다가
도저히 이건 아니다 싶어서 그만뒀지.
그 77만원이
지금까지 4년간 지출한 광고료의 전부야.
오로지 입소문과 실력만으로 온거지.
그래서 아직도 우리 학원은 좀 많이 허술해.
많이 허술해. 특히 재정적인 면에선.
그래도 난 계속 허술하게 운영하려고.
세상에 우리처럼 좀 얼빠진 학원 하나 정도는 있어도 되잖아?
자.
쓰다보니 서론이 길어졌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
한예종은 꼭 가라.
내가 다녀보니 (비록 엉망진창인 학교생활이었지만 그래도 2008부터 작년까지 다녔으니까...내 인생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지)
특히 다른 기존의 명문 연극영화학교에서도 공부한 경험이 있고
협회활동을 통해 교수님들을 백명넘게 친분을 쌓은 입장에서 더 정확하게 말해줄 수 있어.
한예종은 정말 좋은 학교야.
투자할 만한 가치가 있어.
그런데 성공하려고
돈 벌려고
뭔가 더 명성을 얻으려고
한예종을 진학한다면
미안해.
네가 원하는걸 전혀 얻을 수 없는 학교야.
졸업후에 뭔가 네 뜻을 펼치기엔
정치적인 면에서 많은 제약이 있음을 느낄꺼야.
워낙 학생들이 탁월하기에
잘해나긴 하지만
아직도 우리 사회는
기존체제와 기존의 벽이 높다는걸 느끼기도 할테고.
그리고 무엇보다
예술이라는 것 자체가
현실적인 부분에서 그 자체로 갖고 있는 어려움들이 있기 마련이고.
힘들지
그런데
진짜 예술하고 싶으면
한예종에 가라.
예술을 도구삼지 말고
예술 자체를 생각한다면
너는 한예종엘 가야된다.
하나만 예를들어볼께.
한예종 연극원이 정말 좋은건
나는 공연시스템이라고 생각해.
학교생활을 돌아볼때 가장 행복했던 추억은
수업시간에 교수님께 진탕 까이고
우울한 기분이 들면
나는 곧바로 지하에 있는 상자무대 실험무대 등의 소극장을 찾았어.
그 곳에선
언제나 공연을 했거든.
거의 매일.
4개의 소극장이 거의 매일 돌아갈 정도로
공연이 많이 진행되고
공연하기도 쉽고
공연하는게 자연스러운 곳이
바로 한예종이야.
학생들이 만든 공연이지만
나는 그 공연들이 참 좋았다.
내 인생 최고의 추억들이
그 작은 극장에서 채워졌던 것 같아.
그곳에서
체홉도 만났고
도르프만도 만났고
친구들도 만났고
예술을 하는 순간의 몰입도 즐겼지.
너무 즐거웠다니까...
야합이라는게 있는데
이게 뭐냐면
한예종 학생 3명이 공연을 기획해서 지원하면 무조건 승인해주고 극장을 빌려주는 제도야.
이게 왜 중요하냐면
내가 대충 끄적이고 대충 만들어 본 이야기가 처음엔 허술하지만
아무리 허접한 아이디어라도
그게 실제로 공연되고
안되고
에 따라
정말 엄청난 차이가 있지.
야합공연을 보면
정말 엉터리같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하는게 많아.
저런걸 어떻게 공연까지 할까? 아깝다. 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런데 그게 한예종 연극원의 무서움이야.
그 엉터리같은 아이디어라도
무대화되고
전문가들의 수정을 받고
조금씩 다듬어지면
그게 오 당신이 잠든 사이나, 김종욱 찾기같은 공연이 되는거야.
어찌보면 MIT의 미디어랩을 떠오르게하는 최고의 시스템이지.
대한민국에 이런 시스템이 가능한 학교가 존재한다는 것 자체가
기적이지.
기적이라고 생각해.
이렇게 할 수 있는 대학. 다른 학교는 없어. 절대 없어. 왜 없을까?
한예종은
수익을 위해 만들어진 학교가 아니기 때문이야.
반대로 말하면
대한민국에 존재하는 대부분의 대학은
수익을 위해 존재해.
특히 연영과는.
제일 돈 되는게 등록금장사거든.
아무리 부실한 전문대학이라 하더라도
학생들만 채우면 (실력 상관없이)
고정적으로 한 학기에 200~300억씩 들어오는 사업이 학교장사말고 어디 있을까?
작은 학교가 200~300억이고
큰 학교는 훨씬 더 벌어.
나가는 돈?
별로 많지 않아.
수업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시간강사들은 한시간에 2만오천원 받으니까.
학생들은 500만원씩 내고
그들을 가르치는 선생들은 시간당 2만5천원을 받는거지.
그러니 대학이 돈이 되지.
수익을 추구하는한.
한예종 같은 시스템은 나올 수 없어.
한예종은 수익과는 상관없이 움직이는 국립대학.
그리고
학생선발에 있어 완벽한 자유권.
이 두가지의 치명적인 치트키를 가지고 있는 대학은
우리나라엔 한예종 (카이스트) 밖에 없고
절대 두번 다시는 나올 수 없는 이 두 치트키 때문에
한예종이라는
돌연변이가 태어나게 된거지.
자본주의적으로, 신자유주의적으로 접근해봐도
한예종은 인풋이라고 해봐야 몇백억의 예산이지만 (다른학교운영비를생각하면 푼돈임. 한예종이 돈을 낭비하는 학교가 절대아님. 수조권씩 낭비되는 토목공사를 생각해봐라)
거기서 나오는 아웃풋은
혁명적이잖아?
누가 아니라고 반론할 수 있나?
음악쪽, 영화쪽, 연기쪽, 연극쪽, 미술쪽, 무용쪽, 전통예술쪽
어딜봐도.
그래서
적들도
한예종의 실력으로는 공격하지 못하는거야.
그래서 그들은 이념을 무기로 공격하지.
공격할게 이념밖에 없는거야.
실력이나 실적으론 건드릴 건덕지가 없는거지. 그들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는 압도적인 실적이니까.
웃기지 않아?
자본주의와 신자유주의 최대의 덕목이 바로 이
실적과 효율아니야?
자유로운 경쟁을 통해 최고의 실적을 내는게 신자유주의 가장 기초적인 이념인데
한예종은 최고의 실적을 내는 학교잖아.
그런데 왜 이 정부에서 한예종을 이념으로 공격할까?
나는 경제적인 관점에서 실적만으로 평가하려면 확실하게 그랬으면 좋겠고
실적이 아니라 이념으로 승부한다면 그것도 확실하게 했으면 좋겠어.
이도저도 아닌
기존 학교재벌들의 손아귀에 놀아나는 예술정책.
그러나
한예종을 둘러싼 현실이 쉽지 않기에
한예종이 더 빛나는거야.
그런 현실 속에서 더 날카로운 예술이 빛나기 마련이거든.
좋은 교수님들과 좋은 수업과 좋은 시스템과 좋은 학생들이 있는한
한예종은 무너지지않아.
한예종을 가야하는 이유로 첫번째
시스템을 들었지?
두번째 이유도 시스템이야.
어떤 시스템이냐면
한예종에선 중간, 기말 같은게 없어.
좋지?
그런데 나는 소원이
그냥 외워서 시험보는거였어.
한예종의 교육방식은
학기마다
자신의 작품을 완성해야 되는 구조거든.
이게 얼마나 혹독한건지 모르지?
영화과를 예로들면
영화를 학기중에 찍어야되고
그 영화의 완성도로
성적을 주는 시스템인거지.
연출이면 연출작품
극작, 서창이면 소설이나 희곡의 완성품.
이런식으로 학기가 운영되니
배우는 학생입장에선 지옥이지.
창작물을 한학기 안에 완성하고 그걸로 평가받는다는게 얼마나 지옥같은 일인지는 경험해보지 않은 학생은 모른다. 진짜 몰라.
그런데
놀라운 일이 생겨.
예술에서 빨리 크기위해선 각종 공모전이나 대회나 공개입찰같은 경쟁에서 두각을 나타내는게 중요하거든.
한예종이 그런 면에서 굉장히 강하잖아?
수상실적이 화려하잖아.
바로 위에 언급한 시스템이 그 비결이 있어.
공모할때 제일 힘든게 뭔지 알아?
바로 공모하는 것 그 자체야.
무슨 말이냐면
어떤 예술이건
공모할 수 있을 정도로 완성된 작품을
마무리지을수 있을 정도의 결단력과 추진력을 갖추는게 어려워.
영화가 대표적이야.
영화 한편을 기획하고 쓰고 연출하고 편집까지 마무리짓고 실제로 캐스팅하고 찍고...
제대로 찍고 오면 감독 꼴이 어떻게 되어있는줄 알아?
완전 북한 정치범수용소를 탈출한 꼴이되는거야.
그렇게 하나의 작품을 완성한다는게 힘들지.
그걸 학기 중에 매번 마무리지어야하니까
다니는 중에는 지옥이겠지만
어느샌가 뒤돌아보면
실적이 차곡차곡 쌓이는거야.
공모전 따위에 낼만한 포트폴리오가 차곡차곡 쌓인다니까.
그래서
한예종 학생들이 무슨 공모전을 준비한다고 떠들썩한거 봤냐?
그런건 전혀 없지.
그들은
따로 준비할 필요가 없거든.
그냥 매 학기마다 나오는 결과물을 잘 정리해서 내기만하면 되는거거든.
이게 진짜 무서운거야.
즉,
실적과
학업이
동시에 진행되는 시스템!
박수받아야될 최고로 선진화된 시스템이지.
더 무서운건
그 모든 과정을
현장에서 가장 뛰어난
교수가 지도해준다는거야.
한예종은 교수진은 솔직히 그닥이야.
워낙 정치색이 강해서 지들끼리의 리그지. (물론 위대한 교수님도 많아. 정말 많아)
그런데
강사들이 끝내준다니까.
내노라하는 현장최고의 예술가들이 직접 학생들 실기를 지도해준다니까.
극작이면 박조열이
연출은 이성열이 (와우!)
영화는 봉준호가
뮤지컬대본은 배삼식이
그들이 실기의 모든 과정을 지도해주고 아이디어와 영감을 주고 이끌어줘서
한학기마다 실적이 꾸준히 쌓이게 도와주는 도제식 시스템.
끝나는거야.
다른 장점도 너무 많지.
등록금이 260만원밖에 안한다는거나
학생수가 어처구니없을 정도로 적어서 집중교육이 가능하다는 점
예술만으로 특화된 학교이면서도
예술의 다양한 분야가 서로 교류한다는 등의 수많은 장점이 있지만
오늘은
첫번째 순서로 시스템만을 언급했어.
한예종은
인생에 한번쯤은 가볼만한 학교야.
내가 가봤더니
진짜 그만한 가치가 있더라구.
들어가기가 힘들지만
원래 미녀의 마음을 얻기란 힘든법.
일단 마음을 얻고나선
영원히 너의 파트너가 되어줄테니
과감히 도전하시라.
힘내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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