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영과 면접은 딱 두가지로 정리된다.연기과 2012. 4. 12. 02:54
입시 면접을 잘하는 방법은 명쾌하다.
특히 연기전공하는 학생들에게 적용되는 사항이다.
선언하려 하지말고
대화하려 하라.
연기 실기 심사를 한적 있나?
나는 한 적이 있다.
지금부터 하는 이야기는 정말로 진리이니 명심하고 들어라.
면접은 딱 두가지만 명심하면 된다.
진짜를 보여주고
공감을 이끌어내면 된다.
모든 성공하는 면접은
이 두가지로 집약된다.
연기실기를 예로들어보자.
연기실기는
일종의 면접이다.
20초에서 1분 30초 정도의 시간안에
여러분의 모든 재능을 보여줘야 된다.
심사하는 교수들에게.
대부분의 학생들은 어떨까?
어디서 배웠는지
주먹 불끈 쥐고 있다.
다 죽었다는 각오로 분기탱천이다.
눈에는 핏발이 서 있다.
그래.
이 날, 이 순간을 위해 1년을 기다려온 것이다.
그러니 비장할 수 밖에.
그리고
연기는 깡이다. 따위의 이상한 걸 학원에서 배워서
고함을 친다.
'예!!!!!!! 그렇습니다 !!!!!!!!!!'
어색한 군대식 말투.
왜 고등학생들이
이런 말도 안되는 군기를 표현하려고 할까?
과연 교수가
이런 학생들을 군기가 바짝 들어있다고 눈물 흘리며 좋아할까?
네가 면접을 보고나서 교수들이 모여 잔치를 벌일까? 드디어 한예종에 위대한 천재가 들어왔다고. 서로 얼싸안으며 이제 됐다고 서로 기쁨의 눈물을 흘릴까?
노.
그래서 떨어지는거다.
이렇게 힘만 잔뜩 들어가
과대포장된 학생들이
결정적으로 입시에서 탈락하게 되는 건
첫대사를 하는 순간 바로 결정된다.
예를들어.
세일즈맨의 죽음에서 비프 대사를 한다고 쳤을때.
내가 왜 이 만년필을 훔쳤을까요? 나는 왜 원하지도 않는 일을 자꾸면 하려고 할까요? 아버지?
라는 유명한 대사를 하는데
연기하는 놈이
자기가 하는 말이 뭔지를 모르는
것을
목도해본적이 있는가?
심사위원의 자리에서
눈 앞의 학생이
자기가 말하는 말이
무슨 말인지 모르고 하고 있다.
왜 움직이는지
왜 손을 흔드는지
왜 이 말을 하는지
모르고 있는 것이다.
왜 저 학생은 더 대사를 골랐을까?
그리고
왜 저렇게 표현할까?
왜 저 동작을 할까?
심사할때 가장 곤혹스럽고
화나고
분노하는 순간이
바로
거짓된 연기를 보고 있을때다.
저 아인
지가 말하는게
뭔지도 모르고 말하고 있거든.
그러기에
도저히 붙여줄 수가 없는것이다. 도저히...
장담한다.
100명 중에
자기가 하는 연기가 어떤 연기인지 진실되게 이해하고 한 마디라도 내뱉는 학생은
5명도 안된다.
한예종 연기과 1차 합격생은 남자 1700명 지원에 90명, 여자도 마찬가지로 1700명 지원에 90명 정도된다.
그리고 남자 최종합격인원이 15명, 여자도 15명이다.
여기서 관건은 아무래도 1차다.
1700명 중에 일단 90명 안에 들면
그땐 15명 안에 드는게 일단은 가시권에 들어간다.
어떻게든 눈에 보이는 것이다.
그러니
한예종 연기과를 지원할땐
객관적인 경쟁률인 1700대 15를 보지말고 (작년에 우리가 2명이나 합격시켰다. 그 전년도에도 2명. 꾸준히 합격시킨다. 이렇게 힘든 합격률임에도)
일단 1차 통과한 다음의 경쟁률인 90명 중의 15을 봐야한다. 약 7:1 정도의 경쟁률을.
결론은 이거다.
1차 통과하는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연기과가 1차통과를 하기위해선
도대체 뭘 해야할까?
학생들은
입시를 너무 복잡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답은 간단하다.
1차시험은 1차시험이다.
남자, 여자 각각 1700명씩 실기를 본다고 생각해봐라.
한예종 연극원 교수들은 강사까지 총동원되는거다.
얼마나 귀찮은 일이겠냐?
그럼.
교수들이 그 1700명의 모든 내면과 모든 상황을 다 고려하고
30분씩 심층면접하고
구글 검색하고 싸이와 페이스북 뒷조사해서
모든 것을 다 파악하려 할까?
그럴 여력이 있을까?
아니지?
한 사람 당 20초 정도밖에 안주는거다.
그럼 뭘 보겠냐?
이 바보들아.
대단한 걸 볼까?
과연 그럴 여력이나 있을까?
그럴 체력이라도 있을까?
교수들에게?
너희들이야
입시가 너희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일생일대의 순간이지만.
3500명 실기를 심사해야 하는 교수들에겐
각자의 특성을 파악할 여유 따위는 없다.
그래서.
입시는 단순하게 접근해야 하는 것이다.
복잡하게 접근하니까 망하는 거라고.
이 바보야.
정말 시중에 깔린 연기학원들 대부분이 이런 통찰따위는 안드로메다에 보냈다고 보면된다.
이 블로그보다도 못한 연기학원이 99%라고 보면 정확하다.
그렇다면
연기과 입시에서 절대로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 무엇일까?
그 짧은 20초의 순간에 절대로 놓쳐서는 안될 것은 무엇인가?
그건
바로 진짜를 보여주는거다.
더 쉽고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네가 내뱉은 말이 뭔지를 알고 내뱉고
네가 연기하면서 찡그린 얼굴이
눈썹을 실룩거리는 것이
의자에 앉는 것이
히프에 힘주는 것이
손을 흔드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알고 내뱉는 것.
이다.
대사는 똥이다.
대사는 모든 행동의 최종 결과적 산물로서 방출되는 것이다.
대사가 아닌
모든 것을
연기해야 하며
그것은
진실되어야 하는 것이다.
정말이다.
한예종 1차합격은 너무 간단하다.
작은 행동하나를
정확하게 알고 진실되게 연기하면 된다.
모르는 건 안하면 되고.
그리고
두가지 기본기는 필수이다.
정확한 발음과
굳어있지 않은 몸.
그러면 1차는 합격한다.
명심해라.
네게 허락된 시간은 20초다.
그리고
교수는 네가 생각하는 것만큼 그렇게 엄청난 열정과 관심으로 너를 심사하지 않는다.
3400명중의 한명일 뿐이다.
그러므로
단순하고
명확하게
연기해야 하며
단 하나라도
진실을 보여줘야 한다.
내가 모르고 연기하고
모르고 지껄이는 단 한 줄의 대사도 있어서는 안된다.
복잡한 건 금물이다.
진실된 연기란 말이 추상적이고 모호하게 들리는가?
쉽게 말하면
알고 말하는 거다.
주인공의 심리. 듣는 사람과의 관계. 말의 전후관계, 이 장소의 상황...이 모든 것들을
확실하게 인지하고
확실한 믿음을 가지고
확실한 한마디를 내뱉는거라는거다.
진실이 없으면
불합격이다.
진실이 없음이 느껴지는 순간.
교수는 '그만'을 외칠 것이다.
진짜다.
이게 정답이다.
보증한다.
비게 비단 연기에만 적용되는 문제일까?
모든 면접이 다 그렇다.
의외로 교수들은 네게 관심이 없다.
너는 수많은 지원자 중의 하나일뿐이다.
그러므로 입시는 대단한 것이 아니다.
거품을 제거해라.
단 하나라도 명확하고 확실하게 진짜를 보여줘야 한다.
스토리도 마찬가지다.
면접 때
있어보이려고, 잘 보이려고
모르는 걸 꾸미고
과대포장하고
주절 주절 모르는 걸 외워서 말하는 것.
연기를 하는데
왜 그 연기를 하는지도 모르고
학원선생이 시켰으니까 외워서 하는 것.
결국.
거짓되기에 떨어지는 거다.
교수들은 단순하다.
학생다운 학생을 원한다.
진실된 학생. 솔직한 학생. 당당한 학생을 원하는 것이다.
그리고
여기서 하나를 더하면 그건 공감의 능력인데...
공감의 능력은 결국
말하는게 아니라
들어주는데서 나온다.
충격적이지?
입시면접에서 들어주는게 그렇게 중요하다니 !!!
그런데 진실이다.
나는 입시면접에서
두번. 현장에서 합격했다는 통보를 받았다. 한양대에서 한번. 한예종에서 한번.
교수님들이 현장에서 내게 합격했다고 통보해버린 것이다.
어떻게 했을까?
나는 그저
잘 듣기만 했을 뿐이었다.
교수들이 신나서 말하도록 잘 들어줬고
잘 반응해줬을 뿐이었다.
나는 나를 과대평가하지도
나를 잘 보이려고 애 쓰지도 않았고
나는 면접 때
이렇게 생각하고 들어갔다.
사회에서 만나기 어려운 분들이니...
이 기회에 만나서 이야기나 실컷 하고 오자...
내 목적은 그게 다였다.
그냥 이야기한다는 마음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열심히 들었고
정직하게 말했다.
쉬워 보이지?
그런데
참 신기하게도
주장하는 학생은 많고
자랑하는 학생도 많고
꾸미는 학생도 많고
선언하는 학생도 많은데
교수의 말에 귀 기울여 듣는 학생.
교수의 공감을 이끌어내는 학생.
교수와 대화하려고 하는 학생은
없다.
참 드물다.
게다가
잘 모르는 걸 아는 척 할 때
최악의 상황이 연출된다.
나는
그냥 내가 진실로 좋아하는 것.
진실로 사랑하는 것들에 대해서라면
이틀 밤도 샐 수 있었기에
그냥
좋아하는 걸 신나게 말했을 뿐이었다.
그런데
면접은 대 성공이었다.
결론은 이거다.
학생 다운 것이 최고다.
꾸미려고 하지마라.
왜 없는 것을 꾸미려고 할까?
알맹이가 허약하기 때문이다.
알맹이가 단단할수록
여유가 생긴다.
뭐 그렇게 과장되게 말할 필요도 없다.
그래서
진짜를 많이 가져야 한다.
이걸 흔히 내공이라고 한다.
너는 연출을 한다고 하면서
대학로에 삐기들이 표파는, 개그맨들이 연출하는 쓰레기 공연말고
정말
내가 오늘 이 공연을 봐서
나는 선택된 사람이고.
이 공연을 볼 수 있기에
나는 다른 사회적인 좋은 것들을 포기하고
연극을 선택한 것이
전혀 후회되지 않는
찬란한 밤을 맞이해 본 적이 있는가?
나는 그런 행복한 공연들이 많다.
공연과
진실된 사랑을 나눈
경험이 많은 것이다.
재일동포 극작가 정의신 작/연출의 야끼니꾸 드래곤의 마지막 장면에서 뚱뚱한 고수희씨를 리어카에 태우고 외팔이 아버지가 그 리어카를 밀고 가는 장면. 하늘에선 죽은 토키오가 판자지붕위에 서 있고 하늘에선 벚꽃이 날렸다. 조명에 반짝이는 벚꽃들. 그리고 무거운 고수희씨를 태운 리어카가 언덕에서 미끌어지고..... 그리고 극장안의 따뜻함과 따뜻한 눈물과. 사랑의 의미와, 함께하는 순간들과... 고통을 마주할 용기와...
생생히 기억난다. 그 극장의 공기와 무대와 색깔과 조명과 바닥의 색깔은 어떠했는지...
무대와 연기와 대사와 호흡과 함께함과...
그 행복한 진짜 추억들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진실이기에
감동을 주는 것이다.
나는 희곡분석을 가르칠때
무조건 진실되게 내가 느낀 것들만을 전달한다.
그 사랑과 감동을 그냥 벅찬 가슴 그 자체를 전달한다.
내가 내 수업이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지금까지 먹고사는걸 보면.
또 매년 연극학과 학생들이 한해도 거르지않고 합격하는걸 보면.
그리고
수업시간에 우는 학생들을 보면
나쁘진 않았던 것 같다.
나는 내가 사랑하는 걸 그냥 면접 때 말했을 뿐이다.
내가 사랑하는거니까. 진실로 !
네가 극작과를 지원한다고 하면서
셰익스피어의 통찰이나, 체홉의 사유나, 베케트의 구조나, 오태석의 카오스를 모른다면
네가 입시 때 무엇을 보여줄 수 있겠냐는 것이다.
보여줄게 없으니까
꾸미게 되고
꾸미게 되니까
진실을 말하지 못하게되고
보여줄게 없으니까
협박이나 하게 되는거다.
떨어지면 자살하겠다고. (이렇게 이야기하는 학생들 정말 많다)
할 말이 없으니까
왜 한예종 지원했냐고 물어보는데
등록금이 싸니까 지원했다는
소리나 해대는 것이다.
결론은
진실이다.
진실은 실력이 없으면 안된다.
그래서 실력을 키워라.
그리고 입시는
따발총이 아니다.
대충 한 50방 쏴서 5개 맞추면 되는게 아니라
스나이퍼가 되어야 한다.
단 한방이라도
정확하게 맞춰야 하는거다.
네게 허용된 기회가 너무 짧기 때문이다.
그리고
정확히 맞추는것보다 중요한게
잘못 맞추지 않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잘 맞추려 하지마라.
잘못 맞추지 않으려고 해야 한다.
면접 때 단 하나라도 꾸며지는게 들통난다면
그 하나 때문에 떨어지는 것이다.
너는 3400명의 연극원 연기과 지원자 중 한 명일 뿐이기 때문이다.
입시장에서 말이다.
명심해라.
면접은 두가지만 기억하면 된다.
진짜를 보여주는 것과 (진짜를 보여주기 위해선 진짜 사랑해야한다)
공감을 이끌어내는 것.
이게 전부다.
이 두가지만 죽어라고 생각하라.
반드시 면접에서 성공할 것이다.
콜? 노콜? 맥콜?
'연기과'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연기를 예술로써 접근하라 (3) 2012.05.20 연기반 급하다 !! (한예종 입시요강 발표) (7) 2012.05.05 부모님 설득은 예술의 첫걸음 (27) 2012.03.14 연기는 더불어 사는 법을 먼저 배워야 한다 (8) 2012.03.12 연기특강 (2) : 좋은 선생님을 찾는 기준 (8) 2012.02.07